돈 버는 AI 음악, 다음은? 플랫폼과 국가의 대응 속, 음악 산업의 흐름을 짚어봅니다.
2025-08-09 • 정영희
돈 버는 AI 음악, 다음은? 플랫폼과 국가의 대응 속, 음악 산업의 흐름을 짚어봅니다.
2025-08-09 • 정영희
지난 아티클에서 우리는 ‘The Velvet Sundown’이라는 정체불명의 밴드를 통해, 어떻게 AI 음악이 알고리즘을 타고 급속도로 확산될 수 있었는지 살펴봤습니다. Suno와 같은 생성형 AI 툴을 활용해 만들어졌을 것으로 보이는 이 밴드의 음악은, 이상하게도 아티스트 정보 없이도 수십만 회의 스트리밍 수를 기록하며 의혹의 중심에 섰죠.
그런데 이 밴드의 출현은 단순한 해프닝으로 끝나지 않았습니다.
6월 데뷔 이후 꾸준히 신곡을 업로드하며 활동을 이어갔고, 스트리밍 수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했습니다. 2025년 7월 2일, 지역 언론 WBBJTV 보도에 따르면 누적 스트리밍 수는 약 100만 회였고, 이를 바탕으로 추정된 수익은 약 $1,000~$3,000(약 130만~390만 원) 수준이었습니다. 하지만 불과 한 달 만에, 8월 6일 기준 Spotify 누적 스트리밍 수는 약 945만 회로 급증했고, 예상 수익은 약 6,560만 원에 달했습니다. 여기에 Deezer, YouTube Music 등 타 플랫폼의 수익까지 더하면, 두 달 만에 약 1억 원 가까운 수익을 올린 셈입니다.
이 수익 구조는 제작 비용을 고려하면 더욱 인상적입니다. 이 프로젝트는 AI 음악 생성 툴인 Suno Pro, 음원 유통 플랫폼 DistroKid, 이미지 생성 툴 Midjourney를 활용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세 가지 툴을 모두 포함해도 월 약 $72의 비용으로, AI가 만든 음악과 이미지로 전 세계 음원 플랫폼에 콘텐츠를 유통하고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구조가 마련된 셈입니다. 음악적 퀄리티를 떠나, 누구나 손쉽게 ‘AI 아티스트’로 활동할 수 있는 시스템이 이미 현실이 되고 있습니다.
모든 AI 음악이 무사히 통과되는 것은 아닙니다. 2023년 공개된 “Heart on My Sleeve”는 Drake와 The Weeknd의 목소리를 정교하게 모사한 AI 생성 곡으로, TikTok에서 빠르게 입소문을 탔고 Spotify, Apple Music 등 주요 플랫폼에도 업로드되어 실질적인 수익이 발생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해당 곡은 저작권자의 동의 없이 보컬 스타일을 모사한 딥페이크 콘텐츠였으며, 유니버설뮤직을 포함한 소속사의 항의로 인해 게시 4일 만에 전 플랫폼에서 삭제되었습니다. 한때 Grammy 후보로도 거론되었지만, AI 생성물이라는 이유와 퍼블리시 권리 침해 논란으로 후보 자격이 철회되며 수상 대상에서도 제외되었습니다 (NPR 보도).
하지만 반대의 경우도 있습니다. 2025년, 미국에서는 AI 음악을 이용한 대규모 스트리밍 사기 사건이 형사 기소로 이어졌습니다. 노스캐롤라이나의 Michael Smith는 AI로 제작한 수천 곡을 수만 개의 봇 계정으로 반복 재생시켜 약 10억 회 이상의 스트리밍을 조작, 무려 1,200만 달러(약 160억 원) 이상의 수익을 부당하게 취득한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BBC 보도). 그는 메타데이터를 조작해 곡을 새로운 콘텐츠처럼 보이게 만들었고, 플랫폼의 탐지 시스템을 우회해 수익을 누적시켰습니다. 수사 과정에서 확보된 이메일에는 “이건 음악이 아니라 인스턴트다”라는 문장이 포함되어 있었고, 이는 AI 음악이 예술이 아니라 수익을 위한 대량 생산 도구로 기능하고 있다는 점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대목이기도 합니다.
이 두 사례는 AI 음악이 제대로 감지되면 제재를 받고, 반대로 감지되지 않으면 실질적인 수익 창출이 가능하다는 구조적 현실을 보여줍니다. 동시에, 플랫폼의 감지 시스템과 규제 체계가 아직 완전하지 않다는 사실도 함께 드러냅니다.
AI 음악이 실질적인 수익 구조로 본격 부상하고, 악용 사례까지 등장하는 가운데, 주요 스트리밍 플랫폼들은 AI 콘텐츠 감지 및 대응 시스템 구축에 몰두하고 있습니다. 특히 Deezer는 이 분야에서 선도적인 조치를 취하고 있습니다. 2025년 1월부터 AI 생성 음악을 식별·탐지하는 도구를 도입해, 일일 업로드 트랙의 약 10%를 자동으로 식별했으며(현재는 18%) 이를 추천 알고리즘에서 제외하고 있습니다. 또한 Deezer는 AI 생성 트랙 중 최대 70%가 봇에 의한 조작(streaming fraud) 일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하고 있으며, 해당 트랙에 대해서는 로열티 지급을 거부하고 있습니다.
반면 Spotify와 YouTube는 아직 AI 음악 감지 도구를 공개적으로 소개하진 않았지만, “기만적 콘텐츠(deceptive content)” 정책, 딥페이크 라벨링 의무화 등을 통해 대응 방침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특히 YouTube는 AI 생성 음원에 대해 수익화 차단 및 라벨링 요구 조치를 시행 중이고, Spotify는 명시적인 딥페이크나 스타일 도용 콘텐츠에 대해 수익 제한 및 삭제 정책을 적용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이러한 제재는 어디까지나 AI 생성 사실이 ‘탐지된 경우’에만 적용된다는 점입니다. 현재 AI 음악을 100% 정확하게 식별할 수 있는 기술은 아직 완성된 것이 아니며, AI 생성 트랙이 탐지되지 않은 경우에는 추천 알고리즘을 통해 확산되고 수익화될 여지가 남아 있습니다. 또한 많은 플랫폼이 아직 감지 시스템을 자동화하지 못하고 있으며, 대부분은 권리자 신고 기반 또는 후속 대응 중심의 제한적 구조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The Verge)
즉, 플랫폼들이 AI 음악에 대응하기 위한 탐지·제재 체계를 갖추고는 있지만, 기술적 완성도의 부족으로 인해 어뷰징 사례는 여전히 발생하고 있습니다.
AI 음악에 대한 대응이 반드시 ‘차단’으로만 귀결되는 것은 아닙니다. 최근에는 이를 제도권 안으로 편입하려는 움직임도 본격화되고 있습니다.
2025년 7월 기준, Universal Music Group, Sony Music, Warner Music 등 세계 주요 레코드 레이블은 생성형 AI 스타트업인 Suno와 Udio와 함께 공식 라이선스 협상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번 협상의 핵심은, AI 툴이 소속 아티스트의 음성, 작곡 스타일, 편곡 방식 등을 학습 데이터로 활용하는 데 있어 그 허용 범위와 책임 구조를 명확히 설정하는 데 있습니다. 이를 위해 생성 음악의 상업적 이용에 따른 저작권 및 수익 분배 기준, 창작물의 활용 조건, 결과물에 대한 책임 주체 명시 등 다양한 세부 기준이 논의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논의는 단순한 저작권 보호를 넘어, AI가 창작의 주체가 될 수 있는지에 대한 산업적·법적 합의의 출발점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다시 말해, AI 음악을 위협으로만 볼 것인지, 아니면 새로운 창작 방식으로 수용할 것인지에 대한 산업 전체의 방향성이 시험대에 오른 셈입니다.
AI 음악을 둘러싼 규제와 산업적 대응이 본격화되고 있는 지금, 또 하나의 중요한 축은 바로 청취자들의 반응입니다. AI가 만든 음악을 사람들은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을까요?
미국 음악 데이터 기업 Luminate가 2025년 상반기 시장을 정리하며 발표한 Midyear Music Report에 따르면, 미국 음악 청취자 3명 중 1명은 생성형 AI가 작곡한 연주곡이나 신곡에 대해 ‘어느 정도’ 또는 ‘매우’ 편안하게 느낀다고 응답했습니다. 이 중에서도 AI가 만든 연주에는 가장 높은 수용도가 나타났으며, 작사나 작곡, 사람의 목소리를 흉내 내는 노래 순으로 다소 낮은 수치를 보였습니다. 특히 ‘AI 목소리로 부른 신곡’에 대한 전체 수용도는 약 27%였지만, K-pop과 EDM 장르의 청취자층에서는 40%에 가까운 수용도를 보이며 장르별 인식 차이도 뚜렷하게 드러났습니다.
실제 음악 소비 패턴에서도 변화가 감지되고 있습니다. 미국의 싱어송라이터 Aventhis는 AI를 활용한 ‘Dark Country’ 시리즈 음원을 2025년 3월부터 순차적으로 발매하며, 6월 기준 글로벌 누적 스트리밍 500만 회를 돌파했습니다. 특히 세 번째 앨범이 발매된 6월 중순 이후에는 주간 스트리밍 수가 150만 회를 넘어서며, 단일 AI 기반 프로젝트로는 이례적인 성과를 기록했습니다.
이러한 사례는 AI 음악이 단순한 기술 실험을 넘어서, 청취층 내부에서 이미 장르별 취향에 따라 분화된 수용 흐름이 나타나고 있음을 시사합니다. 그리고 이는 향후 AI 음악이 단일 장르로 묶이기보다는, 특정 장르 내 서브컬처의 일환으로 정착할 가능성을 보여줍니다.
AI 음악이 급속도로 확산되면서, 각국 정부는 이를 제도적으로 어떻게 다룰지를 두고 서로 다른 해법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플랫폼의 제재, 레이블의 협상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은 가운데, 기술 경쟁력, 창작자 권리, 문화 산업 전략을 놓고 각국은 AI 음악의 저작권 문제를 서로 다른 방향으로 규율하고 있습니다.
영국과 일본은 AI 학습에 비교적 관대한 입장을 취하고 있습니다. 영국은 2025년 상반기, 저작권자의 사전 동의 없이도 AI가 콘텐츠를 학습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옵트아웃(opt-out) 방식의 저작권법 개정안을 제안하며 큰 반발을 불러왔습니다. 창작자가 별도로 거부하지 않으면 AI 학습이 가능하다는 이 방식은, 창작자의 통제권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 속에서도 “AI를 국가 전략 산업으로 육성하겠다”는 정부 기조 아래 추진되고 있습니다. 일본 역시 2018년 개정 저작권법을 통해 비영리 목적의 AI 학습은 저작권자의 동의 없이도 가능하다는 규정을 도입한 바 있으며, 최근에는 상업적 활용 가능성까지 논의되는 상황입니다. 이들 국가는 AI 산업의 빠른 성장을 위해 AI의 학습 자유를 우선시하는 전략을 채택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반면 미국과 한국은 창작자 권리 보호를 보다 강조하는 입장입니다. 미국에서는 AI 학습이 저작권 침해인지 여부를 개별 사안에 따라 ‘공정 사용(fair use)’ 원칙 하에 판단하고 있으며, 실제로 AI가 생성한 콘텐츠에 대해 저작권 등록을 거부하거나 수익화를 제한한 사례도 존재합니다. 한국도 현재로선 AI 개발자가 사전 동의 없이 저작물을 학습하는 것을 저작권 침해로 간주하고 있으며,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저작권위원회를 중심으로 AI 창작물의 저작권 보호 범위와 책임 주체를 둘러싼 제도 정비가 논의되고 있습니다.
이제 AI로 음악을 만들고, 소비하는 일은 피할 수 없는 새로운 일상이 되었습니다. 중요한 건, 우리는 이 도구를 어떻게 활용하고, 어떤 창작의 미래를 그려나갈 것인가입니다. 단순한 자동화나 반복이 아닌, 협업과 진화를 통해 AI는 ‘작곡가’가 아닌 ‘창의적 파트너’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2025년 영국에서 발표된 ‘Recurse’는 양자 컴퓨팅 스타트업 MOTH와 트랜스젠더 혼혈 아티스트 ILA가 협업해 만든 작품으로, 세계 최초의 상업적 양자-AI 협업 음원으로 주목받았습니다. ILĀ는 자신이 만든 사운드 샘플을 MOTH의 양자 기반 AI에 입력하고, AI는 이를 학습해 새로운 비트와 악기 구성을 제안합니다. ILĀ는 이 제안을 선별하고 편곡해 곡을 완성했습니다. 즉, AI가 제안하고 인간이 큐레이션하는 새로운 창작 모델이 실현된 것입니다.
이 프로젝트는 단순한 기술 쇼케이스가 아닙니다. MOTH의 양자 AI는 특정 아티스트의 데이터만을 학습해 저작권 침해 없이 창작자의 스타일을 존중하는 방식을 택했습니다. 이는 무단 학습과 저작권 침해 논란이 빈번한 기존 생성형 AI와는 다른 접근으로, 윤리적 AI 음악 생태계의 가능성을 보여줍니다. 또한 MOTH는 이 곡의 ‘무한 생성(Infinite Mix)’ 버전도 함께 공개했습니다. 해당 버전은 원곡을 기반으로 24시간 내내 실시간으로 변형된 음악을 생성하며, 접속할 때마다 새로운 곡을 들을 수 있는 형태입니다. 이는 더 이상 음악이 ‘정적인 음반’에 머무르지 않고, 실시간으로 진화하는 동적인 청취 경험으로 확장되고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더 이상 음악이 ‘정적인 음반’이 아닌, 실시간으로 진화하는 동적인 청취 경험으로 확장되고 있는 셈입니다.
이제 우리는 묻게 됩니다.
AI와 함께 음악을 만든다는 건 무엇일까?
우리는 이 기술을 누구와, 어떻게 사용할 것인가?
미래는 아직 쓰이지 않은 악보입니다.
이제 그 위에 어떤 멜로디를 새겨 넣을지는, 우리 모두의 선택에 달려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