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디 음악과 빈티지 의류의 만남
2025-07-09 • 임하연
인디 음악과 빈티지 의류의 만남
2025-07-09 • 임하연
음악과 여러 산업군을 결합하여 새로운 공연 경험을 선보이는 Lab CHASM의 기획 공연 프로젝트 CoLLage의 첫 번째 공연, STEAM CON이 열렸습니다. STEAM CON은 인디 음악과 빈티지 의류가 결합한 형태의 공연으로 아티스트 유령서점과 베리코이버니, 그리고 빈티지 의류 브랜드 마스와 베인떼가 함께했습니다. 유령서점은 마스, 베리코이버니는 베인떼와 각각 매칭되었는데요, 이들의 CoLLage는 무대에서, 공연장 뒷뜰에서, 그리고 관객석에서 어떻게 구현되었을까요?
공연 당일 관객들은 천을 오려 제작한 팔찌형 티켓을 손목에 차고 줄지어 공연장 안으로 들어섰습니다. 먼저 무대에 오른 유령서점은 빈티지 의류 브랜드 마스의 의상을 입고 등장했습니다. 마스는 유령서점의 서늘하고 몽환적인 사운드에 맞추어, 무채색의 시어한 소재와 젠더리스 실루엣이 돋보이는 스타일링을 선보였습니다. 유령서점의 음악에서 착안하여 멤버 개개인의 이미지에 맞춘 의상은 무대 위 유령서점이 쌓아올리는 사운드와 자연스럽게 어우러졌죠. 짧은 인터미션 뒤에는 베인떼의 의상을 착용한 베리코이버니가 무대 위로 올랐습니다. 베인떼의 정체성을 담은 커스텀 자수 티셔츠, 다양한 패턴의 셔츠와 스커트를 레이어드한 스타일링은 화려하면서도 그런지한 베리코이버니의 무드와 조화를 이루었습니다.
공연이 끝난 직후, 공연장을 나온 관객들은 공연장 뒷뜰에 마련된 빈티지 의류 스토어로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관객들로 빠르게 인산인해를 이룬 빈티지 스토어에서는 당일 두 팀의 공연 무드에 맞추어 큐레이션한 마스와 베인떼의 의류가 판매되었습니다. 공연의 잔상이 묻어나는 의류 진열대를 훑어보고 옷을 골라 입는 과정에서, 관객들은 공연의 여운을 더 길게 만끽할 수 있었답니다.
CoLLage는 인디 음악 산업과 다른 산업군을 결합하고, 그 연결 지점을 공연으로서 풀어내는 프로젝트입니다. 다양한 조각들을 오려 붙이며 새로운 이미지를 창출하는 ‘콜라주’에서 더 나아가, 음악 위에 다양한 산업의 분야를 오리고 덧대는 ‘CoLLage’.
CoLLage는 새로운 공연의 형태를 제시합니다. 인디 음악 위에 빈티지 패션을 오려 붙인 STEAM CON은 CoLLage 프로젝트의 첫 번째 기획 공연입니다. 빈티지 의류 브랜드가 아티스트의 공연 의상을 스타일링하고, 아티스트는 공연으로 의류의 가치를 형상화하며, 밴드 공연과 빈티지 의류 스토어는 공연이라는 형태로 하나의 공간에서 진행됩니다.
Lab CHASM은 이런 형태의 연결과 협업을 통해 무얼 이야기하고 있을까요?
아티스트는 빈티지 의류 브랜드가 큐레이션한 옷을 입고 무대에 올랐습니다. 마스는 보헤미안적인 브랜드의 특성을 살려 유령서점의 의상을 스타일링했고, 베인떼는 브랜드의 소녀스러움을 베리코이버니의 이미지에 녹여냈습니다. 곡과 곡 사이에는 아티스트가 직접 자신의 의상을 소개하는 시간을 가지기도 했죠.
또, 무대 위 악기와 음악 장비 사이로는 마스와 베인떼의 의류가 놓였습니다. 베인떼의 ‘20’ 자수가 새겨진 옷들과 마스 특유의 분위기가 묻어있는 스카프까지. 아티스트와 무대 공간을 통해, 빈티지 의류의 가치는 무대 위에서 전달되고 있었습니다.
공연은 무대 위에서 끝나지 않았습니다. 음악을 매개로 모인 백 여명의 사람들과 그들의 고조된 열기는 고스란히 빈티지 의류 스토어로 옮겨졌습니다. 공연장에서 보고 들은 음악과 스타일링의 시너지는 당일 공연의 무드를 담은 빈티지 의류를 소비하는 배경이 되고, 옷장 속에 자리 잡은 빈티지 의류는 정체성의 일부가 되어 이후 또 다시 음악을 소비하는 이유가 되었습니다. 빈티지 의류 속에서 끝없이 재생되는 공연의 기억은 또 다시 관객을 공연장으로 이끌 것입니다.
그뿐만 아니라, 당일 판매된 의류에 한해 판매대금의 일부가 아티스트에게 전달되었습니다. 일정 금액 이상 구매한 관객에게는 추후에 사용할 수 있는 브랜드의 아웃쿠폰이 제공되기도 했죠. STEAM CON을 매개로 연결된 음악 취향과 패션 스타일은 공연이 끝난 뒤에도 이어졌답니다.
CoLLage 프로젝트는 음악과 타 산업군의 협업 그 이상의 가치를 지닙니다. 새로운 형태의 문화 경험을 펼쳐 보이며 밴드 공연의 가능성을 넓히고, 감각과 취향들을 매듭지으며 인디 음악 생태계와 타 산업군의 교집합을 확장합니다. 이렇게 인디 생태계는 여러 분야에 접점을 형성해나가며 자생할 수 있습니다.
공연장 밖에서도 인디 음악과 빈티지 패션의 조각들을 엮는 움직임은 계속되었습니다. 공연 공개 시점에 맞추어 만들어진 인스타그램 계정 ‘@collage.con’. 해당 계정에는 공연 한 달 전부터 공연 직전까지 STEAM CON의 메인 포스터, 컨셉 릴스, 아티스트와 브랜드의 화보 인터뷰 등이 순차적으로 업로드 되었습니다. 공연이 끝난 후에는 관객의 공연 OOTD를 담은 팬 인터뷰와 리캡 릴스로 콘텐츠 업로드를 마무리했죠.
계정의 피드는 잘 짜여진 하나의 스토리텔링 구조처럼 느껴집니다. 옷으로 구체화한 ‘유령서점 코어’와 ‘베리코이버니 코어’ 릴스, 아티스트X브랜드 카드 매칭 릴스와 같이 기획 의도를 엿볼 수 있는 콘텐츠부터, STEAM CON 무대의상 스타일링의 비하인드를 들어볼 수 있는 화보 인터뷰까지. 면밀하게 구성된 인스타그램 콘텐츠는 매칭된 아티스트와 빈티지 브랜드의 정체성을 거듭 연결지으며 CoLLage의 맥락을 지탱했답니다.
앞으로의 CoLLage는 또 어떤 산업과 인디 음악을 결합할 수 있을까요? 무한히 뻗어나가는 프로젝트 CoLLage의 다음 행보를 지켜봐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