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시대의 협업 방식: 피처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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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시대의 협업 방식: 피처링

RM이 선택한 인디 아티스트들에게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

2025-04-25찬민

협업의 영향력

얼마 전 콜드플레이 내한 공연에서 BTS의 진, 블랙핑크의 로제가 게스트로 등장했습니다. 공식 오프닝 액트는 트와이스였던 것을 생각하면 정말 콜드플레이 콘서트인지 K-POP 페스티벌인지 헷갈릴 정도의 호화 라인업입니다. 덕분에 원래도 한국 팬층이 단단한 콜드플레이지만, 깜짝 게스트의 존재가 알려지자 그나마 남아있던 취소표까지 모두 매진되는 성과를 보였습니다. 이는 콜드플레이가 기존에 끌여들이지 못했던 관객들을 K-POP 가수들과의 협연을 통해 비교적 관여도가 높은 청취자로 만들었음을 의미합니다.

타 아티스트와의 협업은 새로운 관객층을 끌어들이는 효과적인 방법입니다. 콜드플레이처럼 같이 공연을 하거나(콜드플레이는 정말 많은 가수들을 깜짝 게스트로 세우는 밴드입니다) 선배 아티스트의 공연에 오프닝 액트로 서는 등 직접 관객들에게 퍼포먼스를 보여줄 수도 있고, 함께 작업한 곡을 발매할 수도 있습니다. 일례로, 오아시스는 버브의 공연에서 오프닝 액트를 서면서 인지도를 높여 나갔고, 결국 버브를 뛰어넘는 영향력을 가진 밴드가 되었습니다. 래퍼 니키 미나즈는 칸예 웨스트의 곡 Monster에 피처링으로 참여해 단순히 이름을 알린 것 뿐만 아니라 실력파 여성 래퍼로서의 입지를 단단히 다졌습니다.

가장 친숙한 협업 방식: 피처링

우리에게 가장 익숙한 협업 방식은 역시 피처링입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곡 제목 옆의 'feat.' 이라는 문구는 무슨 뜻인지 궁금해했던 적이 있을 것입니다. 피처링이란 어떤 아티스트의 곡 일부 구간에 다른 아티스트가 참여하는 경우를 말합니다. 즉, 두 아티스트가 협업하는 과정에서 주 아티스트와 게스트로 참여한 아티스트가 명확히 구분되는 경우가 피처링입니다.

아티스트간의 콜라보레이션은 꽤 오래전부터 이루어졌습니다. 20세기 초 재즈가 대중음악의 최전선에 서 있을 때에도 다양한 연주자들이 모여서 음반을 발매하는 것이 당연한 일이였고, 그 자리를 이어받은 락 음악가들도 서로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며 영향을 주고받았습니다. 그러나 피처링이라는 개념을 대중들에게 각인시키고 하나의 문화로써 퍼뜨린 것은 힙합 음악가들입니다. 락 밴드는 구성원 자체가 여러 명이기 때문에 밴드들끼리의 직접적인 협업은 사실상 불가능한 반면, 힙합은 비트 위에서 각각의 래퍼들이 뱉는 래핑이 중심이 되는 음악입니다. 덕분에 여러 아티스트가 한 음악에 참여하는 것이 비교적 쉽습니다. 또한 다른 장르보다 '크루'라는 개념을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래퍼들끼리 끈끈히 뭉쳐서 곡 작업을 함께하는 경우가 흔합니다.

이렇게 퍼지기 시작한 피처링 문화는 1990년대, 2000년대에 힙합과 R&B가 대중음악의 중심이 되며 모든 대중음악의 영역으로 확산되었습니다. 더욱이 인터넷 시대에는 전 세계 아티스트들의 소통이 훨씬 간단해졌고, 이제 K-POP 음악에서도 지구 반대편 팝 아티스트의 피처링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피처링의 증가는 실제 수치로도 확인해 볼 수 있습니다.

1988-2021 빌보드 Year-end Hot 100 Singles 차트에서 아티스트간 콜라보레이션으로 만들어진 곡 수 변화
1988-2021 빌보드 Year-end Hot 100 Singles 차트에서 아티스트간 콜라보레이션으로 만들어진 곡 수 변화

피처링을 통한 청취자층 확장

피처링 덕분에 발생하는 차이는 생각보다 드라마틱합니다. (Mckenzie, 2021)에 따르면 실제로 피처링이 포함된 곡이 그렇지 않은 곡보다 평균적으로 더 많은 스포티파이 스트리밍 수치를 보였습니다. 반면 Rate Your Music 점수를 비교해 보면 피처링이 포함된 곡들의 점수가 낮음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즉, 피처링은 곡의 음악적인 퀄리티를 높이지는 못하지만, SNS 노출과 같은 프로모션 효과에 크게 기여해 그것을 상쇄합니다. 또한 이렇게 발생하는 홍보 효과를 극대화하려면 서로 다른 장르의 아티스트들이 협업을 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었습니다. 따라서 힙합과 록 음악, 재즈와 전자음악 등 서로 팬층이 잘 겹치지 않는 장르의 음악가들이 협업할 경우 더 다양한 청취자들을 끌어들일 수 있습니다.

RM의 사례로 직접 관찰해보다

BTS의 RM은 다른 사람들과 활발하게 협업하는 K-POP 아티스트로 유명합니다. 그가 발매한 정규 앨범들은 화려한 프로듀싱&피처링 라인업으로 화제를 모았고, 직접 다른 아티스트들의 곡에 피처링으로 참여한 경우도 많습니다. 피처링이 아니더라도, RM은 본인이 좋아하는 노래를 팬들에게 공유하는 것을 좋아하는데, RM의 음악 추천 하나하나에 세계적인 팬베이스가 바로 반응하기 때문에 그 영향력이 엄청납니다. 특히나 RM은 잘 알려지지 않은 한국의 인디 아티스트들을 공유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덕분에 해외에서는 잘 알려지지 않은 한국 아티스트들이 새로 조명받거나, 비교적 소규모의 인디 아티스트들이 인지도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RM이 그동안 소개한 한국 아티스트 일부

  • 한로로: 인디 아티스트
  • 신해경: 인디 아티스트
  • 김사월: 인디 아티스트 → 이후 1집에서 협업
  • 한대수: 한국 포크 음악의 선구자
  • JNKYRD: 인디 프로듀서 → 이후 2집에서 협업

RM의 1, 2집에 참여한 아티스트들
RM의 1, 2집에 참여한 아티스트들

RM과의 협업 이후 인지도 상승을 이룬 한국의 아티스트에는 대표적으로 바밍 타이거가 있습니다. 바밍 타이거는 2022년 RM이 피처링으로 참여한 '섹시느낌' 발매 이후로 유튜브 구독자, 인스타그램 팔로워, 스포티파이 팔로워 등 거의 모든 플랫폼에서 큰 폭의 팔로워 증가를 보였습니다.

바밍 타이거
바밍 타이거

바밍 타이거는 RM의 피처링 이전부터 지금까지 후지 록 페스티벌, 글라스톤베리 페스티벌 등의 해외 페스티벌 참가나, 단독 유럽 투어 등 해외 활동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만큼, RM의 피처링을 통해 '혈이 뚫린' 효과가 확실했습니다. RM 팬들이 버튼 하나만 누르면 올라가는 유튜브와 인스타그램 팔로워와 다르게, 조금 더 오랫동안 꾸준히 올라가는 스포티파이 팔로워 수에서 이 점을 관찰할 수 있습니다.

또 다른 예시는 황소윤입니다. 황소윤의 경우 2023년 'Smoke Sprite'를 RM과 같이 작업했고, 새소년에 비해 한참 적은 숫자였던 인스타그램과 스포티파이 팔로워가 급격히 증가했습니다. 이 효과는 황소윤이 So!YoOn!이라는 이름으로 발매한 곡임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새소년에 더 드라마틱하게 작용했는데요, 유튜브 구독자와 틱톡 팔로워가 각각 15만명, 20만명씩 한 번에 늘어나는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다만 새소년의 스포티파이 팔로워 수에는 거의 변화가 없었던 점으로 미뤄보아 이들이 새소년의 실제 청취자가 되지는 못한 것으로 보입니다.

So!YoOn!
So!YoOn!
새소년
새소년

다른 BTS 멤버들의 피처링

RM이 아닌 다른 BTS 멤버들도 타 아티스트의 곡에 피처링으로 참여한 적이 있습니다. 바로 솔로 아티스트로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정국과 슈가인데요, 정국은 찰리 푸스와 'Left And Right'를, 슈가는 싸이와 'That That'을 함께했습니다. 찰리 푸스와 싸이는 언뜻 보면 이미 굉장히 유명한 아티스트들이기 때문에 이들의 피처링이 큰 영향이 없을 것 같지만, 사실 그렇지 않았습니다.

찰리 푸스는 정국과 Left And Right를 발매한 직후 약 50만명의 즉각적인 유튜브 구독자 상승 효과를 보았으며, 인스타그램과 틱톡 팔로워는 아예 곡 발매 이전부터 상승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이렇게 이미 세계적인 팝스타인 찰리 푸스도 BTS라는 다른 장르 아티스트와의 협업에서 분명한 이점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Charlie Puth
Charlie Puth

슈가와 싸이의 협업도 큰 효과를 보였습니다. 유튜브와 인스타그램 팔로워의 100만명 이상의 즉각적 증가가 나타났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페이스북 팔로워의 수는 거의 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BTS의 젊은 팬덤은 페이스북을 거의 사용하지 않는데, 때문에 피처링의 홍보 효과가 중장년층이 주로 사용하는 페이스북에는 도달하지 못한 것으로 추측됩니다.

싸이
싸이

결론: 무엇을 관찰했는가?

우리가 관찰하고자 했던 현상 "피처링은 프로모션으로서의 효과를 가지며, 서로 다른 장르의 아티스트들이 협업을 할 경우 더 큰 시너지가 난다"를 직접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그래프 형태가 어떻게 비슷하고 어떻게 다른가?

  • 크기는 다 달랐지만, 우리가 살펴본 네 명의 아티스트 모두 유사한 형태의 팬베이스 증가 추이를 보였습니다.
  • 네 아티스트 모두 실제 발매일 직전 약간의 상승을 보였는데, 이것은 발매 전 프로모션에 의한 상승으로 추정됩니다. 특히 찰리 푸스의 경우 그 상승폭이 컸으며, 유일하게 해외 아티스트인 찰리 푸스 본인의 홍보가 해외 BTS 팬들에게 빠르게 퍼졌기 때문으로 추정됩니다.

피처링 효과 한눈에 보기
피처링 효과 한눈에 보기

피처링으로 크게 상승하는 지표는 무엇인가?

  • 위의 사례에서 보이듯, 피처링으로 인해 가장 크게 상승하는 지표는 유튜브 구독자, 인스타그램 팔로워와 같은 SNS 지표들입니다. 스포티파이 팔로워 수의 경우 SNS 팔로워 지표보다는 조금씩, 천천히 올라가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피처링의 주된 역할이 새로운 관객층에게 자신을 알리는 홍보 효과이므로 당연한 현상입니다.

피처링의 효과를 키우는 요소는 무엇인가?

  • 구글 트렌드 검색량을 확인해 보면 정국이 가장 화제성이 높으며, 그 다음은 슈가, RM의 순서입니다. 단순히 생각해 보아도 유명한 아티스트와 피처링을 한 경우 더 큰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임을 알 수 있습니다. 피처링 아티스트의 인지도 외에도 다른 요인들이 너무 많기 때문에 엄밀한 분석은 아니지만, 실제로 RM이 피처링한 아티스트들의 SNS 지표 상승량보다 정국, 슈가가 피처링한 아티스트들의 SNS 지표 상승량이 더 큰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 그런데 정국의 인지도가 슈가보다 높음에도, 슈가로 인한 싸이의 지표 상승량이 정국으로 인한 찰리 푸스의 지표 상승량보다 유의미하게 높은 것을 관찰할 수 있습니다. 이것은 기존에 비슷한 위치의 팝 가수로 활동하던 찰리 푸스와 정국의 협업 효과보다, 세대도 다르고, 관객층도 다르고, 장르도 다른 슈가와 싸이의 협업이 더 극적인 홍보 효과를 이끌어낸 것으로 보입니다.

BTS 인지도
BTS 인지도

피처링을 통한 홍보의 한계점은?

  • 피처링이 프로모션의 역할을 한다는 말은 반대로 말하면 음악 자체에 대한 평가보다는 연예인으로서 인지도 상승의 효과가 더 크다는 뜻입니다. 때문에 피처링을 통해 얻은 새로운 청취자층을 자신의 팬으로 완전히 전환하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 실제로 본 아티클에서 분석한 아티스트들 대부분이 피처링 효과가 몇 달간 지속된 이후 스포티파이 청취자의 급격한 감소를 보였습니다. 물론 이러한 감소는 불가피한 현상이지만, 그 감소량을 최소화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합니다. 즉, 꾸준히 좋은 음악을 발매하며 대중들의 관심에서 멀어지지 않아야 합니다.

바밍 타이거
바밍 타이거

바밍 타이거는 결성 직후부터 지금까지 흔히 말하는 '허슬' 중입니다. 꾸준히 해외 활동에 심혈을 기울인 결과 최근에는 일본 차트에서 1위를 기록하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습니다. 청취자 수가 최고점보다는 분명히 감소하긴 했지만, 그럼에도 결론적으로는 이러한 노력 덕분에 약 50만명의 월간 청취자를 본인들의 꾸준한 팬으로 끌어들이는 데 성공했습니다.

윤하
윤하

윤하는 일반적인 아이돌 가수로 분류되지 않았던 만큼, 기존 팬덤의 크기가 다른 K-POP 아티스트들보다는 작은 편이었습니다. 그러나 RM의 'WINTER FLOWER' 피처링 이후 큰 폭의 청취자 수 증가를 이뤘고, 청취자 수가 크게 감소하기 이전에 '사건의 지평선' 역주행을 통해 아티스트로서의 화제성까지 다시 높이며 새로운 팬베이스를 확보할 수 있었습니다.

마치며

K-Indie 아티스트들이 새로운 팬층을 형성할 수 있는 기회는 그리 많지 않습니다. 음악 취향이 그 어느 때보다 잘게 세분화된 지금, 기존의 인디 리스너가 아닌 다른 장르의 팬들에게 다가가기는 정말 어려울 것입니다. 이런 바늘 구멍같은 기회를 뚫기 위해서는 효과적인 전략이 필요합니다. 협업과 피처링을 통한 관객층 확장 가능성이 숫자로 입증된 만큼, 앞으로도 한국의 실력있는 다양한 장르 음악가들이 협업을 통해 이름을 알릴 수 있길 바랍니다.



참고 문헌 Mckenzie, Jordi & Crosby, Paul & Lenten, Liam. (2021). It takes two, baby! Feature artist collaborations and streaming demand for music. Journal of Cultural Economics. 45. 10.1007/s10824-020-09396-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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