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안에서 펼쳐지는 날 것의 재미, 2026 <더 그레이트풀 캠프> 기획 비하인드
2026-07-14 • 유희곤
신안에서 펼쳐지는 날 것의 재미, 2026 <더 그레이트풀 캠프> 기획 비하인드
2026-07-14 • 유희곤
복잡한 도심에서 완전히 벗어나 압도적인 자연과 어우러진 채, 그 어떤 눈치도 보지 않고 마음껏 놀 수 있는 축제가 있습니다. 50여 군데의 베뉴를 돌며 찾아낸 신안의 아름다운 해변에서, 문화의 가치를 증명해 내는 기획자들과 제대로 놀 준비가 되어 있는 관객들이 함께 만들어 가는 더 그레이트풀 캠프.
관객들이 미친 듯이 놀 수 있는 판을 마련함과 동시에, 단순한 음악 페스티벌을 넘어, 온갖 문화 요소들이 한데 어우러진 축제 그 자체를 만들기 위해 끝없는 즐거움을 추구하는 TGC 기획자들의 거침없는 공연 제작기를 들어보았습니다.
Q. 간단한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최현석: [The Grateful Camp]에서 프로그램도 짜고 미술도 하고, 이것저것을 하고 있는 참견꾼 최현석입니다.
김세훈: 함께 페스티벌을 만들며 뒷수습을 맡고 있는 김세훈이라고 합니다.
Q. TGC를 주관하는 ‘veryhighcompany’에 대해서도 소개 부탁드립니다.
김세훈: 베리하이컴퍼니(veryhighcompany)는 제가 대표를 맡고 있는 회사인데요. 시작은 거창한 비즈니스라기보다 되게 순수했어요. 밴드 CHS의 현석이가 처음 팀을 시작할 때, 옆에서 뭔가 실질적인 도움도 주고 싶었고, 어떤 방식으로든 재미있는 걸 같이 도모해 보고 싶다는 마음이 컸거든요. 그래서 CHS의 정체성과도 맞닿아 있는 'veryhigh'라는 키워드를 차용해 회사를 만들게 되었습니다.
Q. 페스티벌을 만들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최현석: 솔직히 거창한 사명감 같은 건 없었어요. 그냥 저희가 재밌었던 것들을 한데 뭉친 축제를 만들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흥행에 대해서도 처음엔 고민도 안 한 채, '우리가 즐거우면 사람들도 즐겁겠지'라는 무모한 확신 하나로 시작했던 거죠.
Q. 2026 TGC도 신안 짱뚱어해수욕장에서 개최됩니다. ‘신안’이라는 곳을 베뉴로 선정하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요?
최현석: 처음엔 사람들이 제일 오기 불편한 곳이 어디일까 장난 반 진담 반으로 고민하다 골랐어요. 다들 편리한 것만 찾으니까, 우리는 ‘망하더라도 그냥 우리가 하고 싶은 대로 하자’는 반골 기질이 발동한 거죠. 망해도 좋으니까 일단 해보자는 뚝심이었어요.
진짜 이유는 신안이 그저 너무 아름다워서예요. 50군데 넘게 답사를 다녔는데, 신안 짱뚱어해수욕장에 도착해서 해 질 때 풍경을 보니까 제주도나 발리, 오키나와 같은 해외 휴양지 느낌이 확 나더라고요. 가자마자 '아, 여기선 무대를 어디에다 두고 어떻게 꾸미면 되겠다'라는 그림이 머릿속에 바로 그려질 정도였어요.
김세훈: 사람들이 해외는 비행기 타고 몇 시간씩 가면서 국내에 먼 곳은 멀다고 안 오려고 하잖아요. 그래서 이런 불편함을 뚫고 와서 우리나라에도 이렇게 예쁜 곳이 있다는 걸 직접 느끼고 갔으면 좋겠다는 마음도 컸습니다.
Q. 베뉴 선정에 있어 주된 애로사항은 무엇이었나요?
김세훈: 주된 애로사항은 접근성과 날씨입니다. 자연이 중심인 페스티벌이다 보니 날씨 영향을 많이 받는데요. 비바람이 몰아쳐 무대에 물이 차거나 관객 텐트가 무너진 적도 있었거든요. 하지만 정말 재밌는 건, 관객들도 그 고생을 즐긴다는 겁니다.
최현석: 관객들이 단순히 공연을 보러 오는 것을 넘어 축제를 함께 만들고 있는 일부라고 생각하기 때문인 것 같아요. 고생을 즐길 줄 아는 관객들과 함께하기에, 이러한 시행착오도 TGC만의 매력과 재미 요소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고생을 수용하기 힘든 분들은 아무래도 살아남기 힘들걸요~ (농담)
Q. 로컬을 기반으로 하는 만큼, 지역 관계자들을 설득하는 일도 중요할 것 같아요.
최현석: 특별한 노하우라기보다는, 실질적인 '기브 앤 테이크'를 확실히 증명해 보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신안으로 올 때 서로의 니즈를 정확히 파악하는 것부터 시작했습니다. 신안은 젊은 층의 유입이 절실한 지역이었고, 우리는 새로운 무대가 필요했기에 서로 윈윈할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했어요.
김세훈: 처음에는 지자체 측도 긴가민가했을 거예요. 하지만 실제로 젊은 관객들이 먼 곳까지 찾아오고, 신안에서의 아낌없는 소비를 몸소 증명해 냈죠.
지자체를 설득하는 건 화려한 기획서가 아닙니다. 이 축제가 사람들을 불러 모으고, 지역 활성화에 기여한다는 것을 현실로 보여주는 거예요. 증명이 되면, 행정 절차에서 협조가 수월해질 뿐 아니라, 축제의 지속성도 자연스레 따라오게 됩니다.
Q. 제 1회 TGC 당시에는 선례가 없어, 꽤나 불안하기도 했을 것 같아요.
최현석: 막상 시작할 때는 두려움보다 ‘우리가 짜놓은 판인데 한번 제대로 해보자’라는 확신이 더 컸어요. 그럴 수 있었던 게, 코로나 기간에 밴드 CHS와 함께 산이고 바다고 무대가 아닌 야외를 찾아다니며 게릴라로 공연해 왔거든요. 어디서든 판을 벌이는 일에는 이미 뼈저리게 수련이 되어 있던 거죠. 우리가 뭘 원하는지, 자연 속에서 노는 게 얼마나 짜릿한지 몸으로 겪어봤기에, 다른 페스티벌 같지 않은 진짜 재미를 만들어보자는 기획 자체에는 걱정이 없었습니다.
김세훈: 다만, 진짜 미지수였던 건 '우리가 확신하는 이 날것의 재미를 관객들도 똑같이 느껴줄까?' 하는 부분이었어요. 다행히 관객이 많지 않았던 1회였음에도 다들 미친 듯이 노는 모습을 보면서 그제야 되겠다는 확신을 얻었습니다.
{#FF6817Q. 라인업을 선정하는 기준은 어떻게 되나요?
최현석: 진정성 있는 뮤지션들을 모색하는 데에 핵심을 둡니다. 가장 중요한 기준은 '음악을 통해 묵묵히 자기 이야기를 할 줄 아는가’인 것 같습니다.
{#FF6817Q. 접근성 때문에, 아티스트를 설득하는 과정도 필요할 것 같아요.
김세훈: 아티스트들한테도 이 페스티벌의 가치를 증명해야 해요. ‘왜 이 먼 곳까지 와야 하는지, 여기서 뭘 가져갈 수 있는지’ 의미를 느끼게 해주는 게 중요합니다. 다행히 업계 사이에서 TGC는 정말 좋은 축제라고 소문이 났더라고요. 확실한 신뢰가 쌓이니 국내 팀들은 물론이고 해외 팀들까지도 흔쾌히 응해주고 있습니다.
{#FF6817QQ. 스폰서나 F&B 등 다양한 협업도 이루어지는데요. 협업 파트너들을 대하는 특별한 스탠스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최현석: 저희는 F&B나 협업 파트너들을 단순한 업체나 후원사로 보지 않고, 뮤지션과 똑같은 TGC의 라인업이자 식구로 인식합니다. 단순히 잘 팔릴 음식이 아니라 저희가 직접 먹고 맛있었거나 소개해 주고 싶은 곳들을 모시죠. 서울에서는 먹기 어려운 맛집을 이곳에선 여유롭게 즐기게 하거나, 신안이라는 공간에 어울릴 메뉴들을 뮤지션 라인업 짜듯 똑같이 고민합니다.
김세훈: 스폰서 역시 기본적으로 서브 컬처에 헌신적이면서도 즐거움을 줄 수 있는 브랜드를 선별합니다. 현실적으로 저희가 서포트를 받아야 하는 입장이기에, 문은 열어두고 있지만 단순히 와서 부스만 차리는 것만을 요하지는 않아요.
시너지를 잘 낼 수 있고, 즐거운 아이디어를 풀어낼 수 있는지가 가장 중요합니다. 결국 TGC의 파트너십은 단순 계약이 아닌 공동 기획에 가깝습니다. 좋아하는 것을 축제의 일부로 함께 기획해 가는 것이 저희가 추구하는 스탠스입니다.
Q. TGC는 단순 음악 페스티벌이 아닌, 모두가 ‘문화’ 자체를 즐기는 축제라고 하셨어요.
최현석: 저희는 음악만 보여주는 게 아니라 페스티벌을 채우는 즐길 거리들을 모두 다 동등한 가치의 콘텐츠로 바라보고 있어요. 도심을 떠나, 새로운 지역에 온 만큼, 축제를 즐기는 동안은 음악과 함께 여러 가지 ‘놀이’를 즐기다 가셨으면 좋겠습니다.
김세훈: 실제로 와 보면, 자연 속에서 다양한 ‘놀이'들을 할 수 있습니다. 누구는 갯벌에서 머드팩을 즐기거나, 누구는 요리를 하고, 누구는 캠프파이어, 그림 그리기, 심지어 뜨개질 놀이까지. 자연 속에서 할 수 있는 온갖 문화 요소들이 총집합된 곳이 바로 TGC 입니다.
해를 거듭해 갈수록 우리가 생각했던 ‘페스티벌’은 무엇인지 더 고민하게 되는 것 같아요. 단순히 소비되는 '페스티벌'을 넘어, TGC만의 색깔이 가득 찬 진짜 '축제'라는 새로운 장르를 만들어 가려고 합니다.
Q. 음악 외에도 즐길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역시나 많은데요. 이러한 프로그램들은 주로 어떻게 기획되나요?
최현석: TGC의 프로그램들은 특별한 전문가들이 일방적으로 가르쳐 주는 것이 아니에요. **‘노는 데에 전문가가 필요한가?’**라는 생각으로, 저희가 해보고 즐거웠던 경험이나, 관객들이 자발적으로 만드는 놀이를 있는 그대로 살리곤 하죠.
예를 들어, 큰 사랑을 받았던 에어로빅 프로그램도 박문치 같은 친구들의 좋은 에너지와 아이디어가 맞물려 자연스럽게 시작된 거고, 올해 준비 중인 운동회도 저희가 다른 공연에서 아티스트들끼리 했던 운동회 경험이 너무 좋았기에 저희 관객들과도 같이 해볼까 하는 생각에서 가져온 거예요.
김세훈: 관객들은 어느 순간부터 스스로 판을 벌입니다. 어떤 관객은 직접 화덕을 가져와 피자를 굽거나, 요가 강사인 관객이 자발적으로 요가를 하기도 해요. 저희는 이걸 공식 프로그램으로 흡수하기도, 자유롭게 놀도록 열어두기도 합니다. 그러면서 하나의 프로그램이 탄생하는 거죠.
결국 TGC의 프로그램은 대단한 전문가가 이끄는 수준 높은 무언가가 아닙니다. 그저 우리가 재밌었던 것들을 던져놓고, 관객들이 자연스럽게 참여하고 스스로 만들어가는 날것의 즐거움 자체가 TGC만의 가장 특별한 프로그램입니다.
Q. 기획자 분들의 취향이 TGC의 복합적인 성격에도 영향을 미친 부분이 있다면요?
김세훈: TGC는 저희의 취향을 날것 그대로 섞어놓은 결정체예요. 포스터만 봐도, 처음에는 가독성의 규칙을 다 깨부순 비주얼에 충격을 받았지만, 어쩌면 이것이 우리가 추구하는 비정형적인 방향성에 부합하는, 우리의 취향이라고 할 수 있었죠.
최현석: 재밌는 건 저희의 이런 사적인 취향이 관객들에게도 고스란히 스며든다는 점이에요. 실제로 현장에서는 저희의 취향이 담긴 TGC의 비주얼들을 직접 타투로 새기고 가는 타투 부스도 운영됩니다. 결국 기획자의 취향으로 판을 깔면, 관객들은 그 취향을 각자의 색깔에 맞게 즐기는 거죠.
Q. 여러 아이디어들을 기획하는 TGC만의 방식이 있을까요?
김세훈: 저희는 아이디어를 짜내기 위해 각 잡고 모여서 회의하진 않아요. 평소에 매주 공연장에서 만나다 보니까, 같이 공연을 보다가도 ‘이거 이렇게 해보면 재밌겠는데?’ 하고 즉흥적으로 툭툭 던지는 게 저희의 방식입니다. 그렇게 평소에 주고받은 생각들 중 괜찮은 것들을 모아서 자연스럽게 발전시켜 나가죠.
최현석: 특별한 방식보다는, 뭐 하면 골 때리게 재밌을지, 어떻게 해야 허를 찌를 수 있을지를 일상적으로 공유하며 예상치 못한 즐거움들을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Q. 페스티벌을 개최하시면서 가장 뿌듯한 순간이 있다면요?
최현석: 가장 뿌듯한 순간은 아무래도 관객들이 미친 듯이 놀고 있는 모습을 볼 때예요. 오늘이 마지막인 것처럼 다 같이 노는 모습을 가만히 보고 있으면 그냥 대단하다는 생각과 함께 제일 큰 감동이 밀려옵니다.
김세훈: 사실 우리가 지향하는 건 재미지만, 축제를 만드는 과정이 무조건 다 재밌을 수는 없거든요. 그럼에도 신안까지 사람들이 찾아와 주고, 5년째 페스티벌을 이어가고 있다는 것 자체가 대단하고 뿌듯한 일입니다.
그 험난한 과정을 거치면서도 초창기 멤버들이 거의 이탈 없이 지금까지 끈끈하게 함께 만들어오고 있다는 사실, 그리고 현장에서 그 고생을 다 잊게 할 만큼 미치도록 잘 노는 관객들을 마주하는 순간. 그거 말고는 딱히 다른 수식어가 필요 없을 정도로 그 자체가 가장 뿌듯하고 보람찬 순간입니다.
Q. 관객들이 TGC를 어떻게 즐겼으면 하나요?
최현석: 저희는 다른 페스티벌처럼 잠깐 공연만 보고 집으로 돌아가는 걸 원하지 않아요. 전야제를 포함해 3박 4일 동안 완전히 새로운 동심의 마을에 입주해 행복한 꿈을 꾸고 간다고 생각하셨으면 좋겠습니다.
김세훈: 저희는 ‘이거 꼭 보세요, 프로그램 참여하세요’라며 판을 강요하지 않습니다. 옛날 동네 축제에서 누구는 팽이를 돌리고 누구는 뜨개질하듯, 관객들이 주체적으로 놀거리를 찾아가길 바랄 뿐이에요. 가만히 앉아 캠핑을 즐겨도 좋고, 캠프파이어 앞에서 인연을 찾아도 좋고, 레슬링을 하거나 물놀이를 하는 등 어떤 방식으로 놀든지 상관없습니다. 관객 스스로 축제의 주인공이 되어 자신만의 방식으로, 저희가 꾸며 놓은 이 마을을 즐겨주시면 좋겠어요.
Q. TGC는 페스티벌 계의 새로운 대목을 제시한 것 같아요. 도전적인 기획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최현석: 다채로운 기획을 위해선, 자기가 이미 알고 있는 아티스트나 뻔한 공연 말고, 진짜 생소하고 모르는 영역까지 과감히 경험할 줄 아는 것이 중요합니다.
백날 말로 설명해 봐야 취향은 결국 치열한 경험 데이터에서 나오는 거거든요. 편식만 하는 애한테 평양냉면의 진짜 맛을 어떻게 이해시키겠어요.(웃음) 많이 겪어봐야 비로소 자기만의 단단한 취향이 생기고, 그래야 기획자가 될 수 있는 든든한 기본 체력이 갖춰집니다.
김세훈: 저는 시작점의 태도라고 생각해요. 지원서나 제안서를 쓸 때 다들 그럴싸한 기획 의도를 채우느라 머리를 싸매잖아요.
‘이러이러한 트렌드가 있고 시장성이 어쩌고…’
물론 비즈니스적으로 필요한 과정이겠지만, 진짜 알맹이는 빠져 있는 경우가 많아요. 저는 젊은 친구들이 ‘이거 하면 겁나게 재밌을 것 같은데?’라는 딱 한 줄에서 기획을 시작해 봤으면 좋겠어요. 사실 TGC를 기획한 의도도 그냥 그게 전부였거든요. 내가 뭘 좋아하고, 뭘 해야 미치도록 재밌을지 스스로 알아야 진짜 기획이 나옵니다. 그러려면 앞서 말했듯 많이 경험해 봐야 하죠.
Q. 앞으로 TGC가 관객들에게 선사하고 싶은 새로운 즐거움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새로운 즐거움이라기보다, 그저 재밌게 놀 수 있는 것들을 계속 보여주고 싶어요. 처음 TGC를 만들 때 ‘좋아하는 것들로 하나의 놀이터를 만들어 보자’라는 생각으로 시작했어요. 물론 엄청난 비용과 노력이 들어가는 사업이기에 불안한 순간도 많지만, 관객들이 놀고 있는 모습을 보면 모든 고민이 사라집니다.
앞으로 보여주고 싶은 즐거움도 복잡한 형식 없이, 가장 날것의 상태로 관객들이 겁나게 잘 놀 수 있는 판을 계속해서 선물하는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