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타포트 효과’는 있을까?
Music Business

’펜타포트 효과’는 있을까?

2025 펜타포트 페스티벌에 대한 몇 가지 숫자와 이야기들

2025-09-06김준하

음악 데이터 분석 플랫폼 Chartmetric에서는, 최근 “페스티벌 분석” 항목을 베타서비스로 제공하기 시작했습니다. 주로 유럽 및 아메리카 지역의 주요 페스티벌들에 대해, 관객 통계와 출연 아티스트의 장르 분포, 페스티벌 출연에 따른 아티스트 스트리밍 및 팬층의 변동 등을 간략히 확인할 수 있습니다. 아쉽게도 상대적인 규모가 작은 한국 페스티벌에 대한 정보는 찾기 어렵습니다.

데이터 비즈니스의 중요성이 커지는 음악 산업의 흐름에 페스티벌 역시 예외는 아닌 듯 보입니다. 페스티벌을 운영하는 입장에서는 데이터를 통해 나타나는 관객층의 분포와 요구를 고려해 마케팅 및 브랜딩 전략과 라인업 선택에 도움을 받을 수 있고, 아티스트는 페스티벌 출연이 가져올 관심도의 변화와 그 양상을 예측해 팬층을 확보할 추가적인 활동으로 이어나갈 수 있습니다.

한 가지 덧붙이자면, 페스티벌 자체의 경험과 브랜드가 개선되어 그 이름만으로 관객을 불러 모으는 힘이 생길수록 아티스트가 페스티벌을 통해 새로운 관객에게 소개될 기회는 증가할 것입니다. 지금껏 “아티스트가 그들의 팬을 페스티벌로 부르는” 구조와 비교하면, 이러한 방향의 개선은 페스티벌의 수익성과 아티스트 성장 양쪽 측면에서 모두 바람직한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번 아티클에서는 8월 1~3일 개최된, 어느덧 20주년을 맞은 한국 락의 대명절(?) 펜타포트와 관련된 데이터를 분석해보겠습니다. 분석하고자 하는 것은 두 가지입니다. (1) 현재 펜타포트에 출연하는 것이 아티스트에 대한 관심도와 팬층 확장에 미치는 영향을 검색량과 SNS 데이터를 통해 확인합니다. (2) 사람들은 2025년의 펜타포트에 대해 어떻게 인식했는지를, SNS 언급 데이터를 언어 모델을 통해 분석한 결과로 확인합니다. 앞서 이야기했듯, 페스티벌 자체에 대한 긍정적 인식은 향후 출연 아티스트의 더 큰 소비층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두 분석 대상은 분리되어 있지 않습니다.



#1 “펜타포트 효과”는 있을까?

페스티벌 효과(Festival Effect)는 아티스트의 페스티벌 출연으로 인해 스트리밍이나 SNS 팔로워 등에서 소비층의 증가가 관찰되는 것을 말합니다. 대표적으로 Chartmetric의 분석에 따르면 2024년 코첼라는 평균적으로 2.36%의 인스타그램 팔로워 증가를, 3.02%의 스포티파이 월간 청취자 증가를 가져왔습니다(#). 물론 코첼라와 같은 거대 페스티벌은 관련된 미디어 노출도 매우 많을 뿐더러 특히 전세계에 공연이 생중계된다는 점에서 이러한 효과가 놀랍지 않습니다. 펜타포트는 어떨까요?

단순한 관심도 측면에서 펜타포트 효과는 꽤 명확하게 나타납니다. 구글 트렌드 데이터가 존재하는 출연 아티스트 37명 중 17명의 아티스트는 펜타포트 기간 전후(7월 5주~8월 2주)에서 1년 내 가장 높은 관심도를 보였습니다. 아래 그래프는 주차별로 출연 아티스트들의 구글 트렌드 평균을 보이고 있습니다. 파란색 선은 전체 아티스트에 대한 평균이고, 초록색 선은 펜타포트가 없는 기간에도 어느 정도 관심도를 보이는 (그래서 구글 트렌드의 신뢰성이 조금 더 높은) 15명의 아티스트에 대한 평균입니다.

중요한 건 이러한 관심도의 증가가 스트리밍이나 팔로워 등 실질적인 소비 및 팬베이스 데이터의 증가로 이어지는지 여부입니다. 이를 확인하는 데 있어 아쉬운 점은, 아직 많은 한국 아티스트들은 Chartmetric과 같은 플랫폼을 통해 신뢰도 있는 데이터를 얻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더군다나 해외 아티스트에 대해서도 가장 정밀한 스트리밍 데이터는 스포티파이에서 얻어지는데, 아직 스포티파이의 국내 점유율이 높지 않아 국내 소비층의 변동을 완벽히 포착하지 못한다는 한계가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스타그램 팔로워과 관련해서는 14명의 아티스트*에 대한 데이터를 Chartmetric을 통해 얻을 수 있었습니다. 아래 그림은 펜타포트를 전후로 각 시점의 팔로워가 7월 20일의 팔로워에 비해 몇 퍼센트 증가했는지를 나타내고 있는데, 펜타포트 기간에 그 성장세가 작게나마 커지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평균적으로는 펜타포트가 끝난 직후인 8월 4일 시점에서 그 1주일 전인 7월 28일과 비교했을 때 약 0.8% 증가하는 수준으로, 코첼라에 비하면 작은 수준의 효과가 나타났습니다. 다만 카디(3.9%)와 한로로(3.2%)는 두드러지게 큰 성장을 경험했습니다. 특히 카디의 경우, 펜타포트 출연 시점을 기점으로 성장세가 급격히 커졌습니다.

*대상 아티스트: 아도이, 바밍 타이거, 드래곤 포니, 한로로, 자우림, 카디, 이승윤, 루시, 김뜻돌, 윤마치, QWER, 롤링 쿼츠, 송소희, 터치드

한로로의 경우, 펜타포트 출연 후 하루 뒤 8월 4일에 ep [자몽살구클럽]을 발매했습니다. 새로운 음악의 발매는 당연하게도 관심도와 팬층에 영향을 미치기에, 이는 순수하게 페스티벌의 효과가 어느 정도 지속되는가에 대한 추정을 복잡하게 만듭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여기서 흥미로운 질문거리가 도출되기도 합니다. 일반적인 상황에서 새로운 음악의 발매가 미치는 영향과 비교해서, 펜타포트를 통해 관심도가 올라간 상태에서 발매하는 것이 더 큰 파급효과를 가질 수 있겠냐는 것입니다.

이를 확인하기 위해 비교할만한 대조군은 EP [집]입니다. [집]은 24년 5월 30일에 발매되었고 그 두 달 뒤 24년 8월 2일에 펜타포트 무대에 섰는데요, 이와 같은 스케줄은 페스티벌 출연과 EP 발매가 매우 짧은 간격으로 이어진 올해와 차이가 있습니다. 아래 그림은 두 EP 및 각 EP의 선공개 싱글 발매 후 1-2주 동안 팔로워가 몇 퍼센트 증가했는지를 나타내고 있습니다.

분명 [집]에 비해 [자몽살구클럽] 이후의 증가율은 눈에 띄게 높습니다. 다만 이 차이가 발매 직전의 펜타포트 출연에서만 기인한다고 결론 짓기에는 무리가 있습니다. 특히 두 EP 발매 사이에 아티스트의 인지도와 팬층이 지속적으로 성장했기 때문에 발매에 대한 관심 자체가 더 커졌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펜타포트 이전, 선공개 싱글 [도망] 발매 후 1주 간의 팔로워 증가율이 [집]의 선공개 싱글들보다 높았다는 점에서 이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또한 소설 출판이나 인터뷰 등 [자몽살구클럽]과 관련된 다른 콘텐츠의 효과가 반영이 되었을 것이고, 어쩌면 그냥 [자몽살구클럽]이 좋은 앨범이기 때문일수도 있겠습니다. 음악적인 부분을 배제하고 본다면, 펜타포트를 포함하는, [자몽살구클럽]에 연계된 활동 전체가 성공적이었다고 보는 게 맞을 것입니다.

때문에 새로운 음악의 발매와 같은 활동을 펜타포트 출연과 전략적으로 연계하는 것이 어느 정도의 효과를 갖는가에 대해서는 조금 더 다양한 사례와 데이터를 통해 검증이 될 필요가 있겠습니다. 그러나 펜타포트 출연에 따라 아티스트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진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를 일종의 마케팅 플랫폼으로 사용하는 것이 충분히 좋은 전략으로 보입니다. 글라스톤베리, 코첼라 등의 해외 대형 페스티벌에서 종종 일어나는 일이기도 하고요. 관객의 입장에서는 페스티벌을 통해 약간의 관심을 갖게 된 새로운 아티스트에 조금 더 깊게 관여할 기회가 제공되는 것이기도 합니다.

결론: 2025년 펜타포트 출연은 출연 아티스트들에 대한 관심도 증가 및 약간의 팬층 증가로 이어졌습니다. 관심도가 높아진 관객을 팬으로 전환할만한 새로운 활동이 연계되는 경우 그 효과가 더 커질 수 있습니다.



#2: 2025 펜타포트는 어떻게 인식됐을까?

과거에 제품이나 브랜드에 대한 주관적인 인식을 정량화하기 위해서는 직접적인 설문조사가 필수적이었습니다. 정교한 측정을 위해서는 여전히 필요한 방식이지만, 시간과 비용이 많이 소모된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여기서는 그 대신, 최근 놀라운 속도로 발전한 언어 모델을 통해 사람들이 SNS에 남긴 글들로부터 펜타포트에 대한 인식을 분석해보겠습니다. 분석 대상은 라인업 발표일과 펜타포트 전후 기간(7월 31일~8월 5일) 동안 X(구 트위터)에 작성된 약 4,700개의 펜타포트 관련 글들입니다.

먼저, 각 글들에 대해 사전에 학습된 한국어 정서 분류 모델(#)을 통해 글의 정서를 분류했습니다. 이 모델은 분석되는 글이 11개의 정서 각각에 해당할 확률을 출력하는데요, 출력된 결과를 다시 조합해 글의 긍정-부정 정도를 -1~1 사이의 점수로 나타냈습니다(1에 가까울수록 긍정). 전체 평균 점수는 0에 가까워, 특별히 부정적이거도 긍정적이지도 않았습니다. 아래 그래프는 글이 작성된 날짜에 따른 평균 정서 점수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축제가 끝난 직후에 작성된 글들은, 평균적으로는 (미미하지만) 긍정적이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때 분석되는 글의 상당수는 펜타포트에 출연하는 아티스트에 대한 반응인데요, 운영이나 음향 등 페스티벌 자체에 대한 인식을 따로 얻어내기 위해서는 글을 주제 별로 구분할 필요가 있습니다. 일반적으로는 주제 별로 사전에 정의된 단어 목록을 만든 뒤 목록 내 단어가 언급된 글은 그 주제에 해당하는 것으로 구분하는 방식을 사용하는데, 여기서는 비정형화된 SNS 언급들을 조금 더 유연하게 구분해내기 위해 LLM에 사전 단어 목록을 프롬프트로 넣은 뒤 글에 언급된 주제를 찾도록 했습니다. 이때 하나의 글이 여러 개의 주제를 가지는 것으로 분류될 수도 있습니다.

주제별 평균적인 긍/부정 점수는 다음과 같습니다. 운영 관련(대기줄, 경호 등), 혹은 음향 관련 내용이 언급된 글들은 대체로 부정적인 정서를 담은 반면, 화장품 브랜드 “러쉬”와의 콜라보로 화제가 된 화장실, 슬램이나 “락놀이” 등의 관람문화가 언급된 글들은 비교적 긍정적인 정서가 나타났습니다.

*“관람문화”의 경우 슬램, 락놀이, 깃발, 구호, 떼창 등의 단어가 들어갔을 때만 분류되는 것으로 수동 태깅.
*“관람문화”의 경우 슬램, 락놀이, 깃발, 구호, 떼창 등의 단어가 들어갔을 때만 분류되는 것으로 수동 태깅.

다만 이 결과를 해석하는 데 있어서는 신중해야 할 부분이 있습니다. SNS 언급 상에 나타난 인식은 “적극적으로 표현된” 인식이기 때문에, 데이터 수집 과정에서의 편향이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가령 운영 관련 내용의 경우 부정적인 인식일수록 적극적으로 표현되기 쉬운 반면, 관람문화 관련 내용들의 경우 “슬램 너무 재미있었다”와 같은 방식으로 긍정적인 인식이 표현되기가 쉽다는 점을 고려해야 합니다. 여전히 설문조사나 인터뷰와 같은 방식이 요구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절대적인 긍/부정 점수가 아닌, 연도별 변화 추이와 같은 상대적인 추세를 분석하는 것은 이러한 편향에서 조금 더 자유로울 수 있는데, 여기서는 데이터 수집의 한계로 인해 진행하지 않았습니다.

결론: 2025년 펜타포트에 대해서는 영역 별로 상이한 반응이 나타났습니다. 특별히 운영과 음향 면에서 부정적인 반응이 관찰되었는데, 이러한 반응이 향후 있을 페스티벌에서 변해가는 추세를 확인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페스티벌과 데이터 비즈니스의 미래

지금까지 2025년의 펜타포트가 출연 아티스트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사람들은 펜타포트에 대해 어떻게 인식했는지 분석해보았습니다. 아쉽게도, 당초 던졌던 물음을 완전히 해결하기에는 데이터의 양과 질적인 측면에 부족함이 있었습니다. 많은 아티스트들의 스트리밍/SNS 데이터, 그리고 관객들의 반응 데이터에 대한 접근이 제한적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Chartmetric의 사례에서 알 수 있듯, 현재는 페스티벌이라는 이벤트와 관련된 다양한 데이터가 수집-정리될 수 있는 환경입니다. 사업적으로 페스티벌은, 넓은 주기로, 큰 비용을 들이면서, 짧은 시간 동안 수익이 발생하는 리스크가 큰 사업이어서, 데이터에 기반한 전략 수립으로부터 얻게 될 이점이 많을 것입니다. 또 아티스트에게는 공연과 같은 일반적인 오프라인 이벤트에 비해 새로운 관객층을 만나게 될 가능성이 높은 이벤트라는 점에서, 소비 데이터의 변화를 잘 관찰하고 예측한다면 적절한 활동을 통해 그 효과를 키울 수도 있습니다. 데이터의 힘을 바탕으로 한국의 페스티벌이 관객과 아티스트, 그리고 음악 산업 전반에 큰 가치를 제공하기를 기대합니다.

홈으로

랩 캐즘

자생가능한 음악 생태계